개그맨 김현철과 희극인의 멸종
분류 :
아리안통신
Published : 2012/04/25 23:53
개그맨 김현철.
이제는 그다지 임팩트 없는 연예인으로 서서히 잊혀져가는 개그맨 정도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그러던 중 얼마전 TV프로에 출연했던 캡쳐화면과 그에 대한 해설이 담긴 게시물이 잠깐 인기를 얻은 적이 있었다.

<서울예전 연극반의 주역이었던 청년 김현철. 데뷔전이 전성기라는 슬픈 현실>
방송의 내용은 지금 잘나가는 배우인 황정민, 정재영, 신하균, 안재욱, 이휘재 등이 학창시절에 김현철 밑에서 연기지도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 외에도 김현철은 연극연출과 연기에서 대단한 카리스마를 발휘했다.. 믿기지 않는다.. 정말이다.. 바보개그맨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다니.. 등의 내용이었다.
이는 한물간 개그맨의 과거타령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재능있는 천재연기자가 대중에게 그냥 바보로 각인된 건 김현철 본인의 책임일 수도 있고, 바보가 되기를 희망한 자신의 독특한 취향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바보'가 된 이유의 절반은 그의 탓이 아니다.
실제로 김현철은 개그계에서 떠오르는 별이 될 기회가 있었고, 그의 놀라운 재능이 발휘된 적이 있었다.
단 그 기간이 너무 짧았고, 시대의 조류에 쓸려갔을뿐이다.
학창시절과 비교할 정도의 전성기는 아니더라도 김현철도 전성시대가 존재하긴 했었다.
김현철은 94년 SBS 개그콘테스트로 개그맨이 되었지만, 실제 주무대는 MBC였다.
96년 공채개그맨이 된 그는 MBC 코메디 프로그램의 끝물에 데뷔하였다.
그가 얼굴을 알리게 된 계기는 큰형님이라는 코너에서였다.
큰형님
이 작품은 탤런트 김형일을 중심으로 일제시대 애국청년들의 일상을 담은 역작으로 울엄마, 허리케인블루와 더불어 그 당시 MBC코메디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연재물로 자리잡았던 코너였다.
반일학생운동의 큰형님 김형일이 남자란!과 동시에 비장한 대사를 준비하면 주변의 후배들이 감동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꽁트로 마치 80년대 감성적인 운동권의 모습을 풍자하는 듯한 코너였다.
여기서 김현철은 김형일을 존경하지만, 현실적인 유혹과 공포에 눌려 일본헌병에게 큰형님을 밀고하는 나약한 배신자역을 맡았다.
김현철의 어벙한 말더듬이 바보연기의 시작이었던 이 작품에서 그는 짐짓 당당해 보이기 위해 팔짱을 끼려는데 그 팔짱이 미끄러지면서 팔짱조차 끼지 못하는 기발한 바보연기를 펼치며 그의 이름을 희극계에 알리기 시작하였다
잃어버린 걸작을 찾아서
당시 성대모사로 개그계에 새롭게 부상하던 배칠수와 손발을 맞췄던 작품이다. 배칠수가 나레이션으로 변사 역할을 맡고, 김현철은 과거 무성영화의 주인공을 맡으며 한국적 괴기영화의 재해석으로 깊이와 웃음을 동시에 전해주던 말그대로 코메디계의 걸작이었다. 이 작품에서 김현철은 물론 바보의 틀은 유지하면서 매회 다양한 캐릭터의 주인공으로 분하며 주연급 희극연기자로서 자리를 굳혔다.

<김현철 희극적 연기력의 집합체 1분논평>
1분논평
이 작품은 MBC코미디의 거의 마지막 코너로 봐도 무방한 작품이다. 1분간 홀로 롱테이크로 데스크에 앉아 1인 슬랩스틱을 펼치는 작품으로 도구나 콤비, 리액션에 의존하던 기존 슬랩스틱의 관점을 송두리째 뒤집은 파격적인 작품이었다. 동적인 슬랩스틱의 개념을 정적인 차원에서 실현시킴으로써 그의 학창시절 빛났던 연극적 실험을 반영한 문제작이었다. 그러나, 사실상 이를 끝으로 방송희극연재물은 막을 내리게 되었고, 이제 막 시작하려던 김현철의 전성기도 마감되었다.
90년대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각 방송사는 공채 코메디언을 중심으로 녹화방송 위주의 대표적인 꽁트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었다. 배삼룡, 서영춘, 이기동, 구봉서로 시작된 희극의 전통은 각 방송사 코메디프로그램에서 살아 있었다. 공개방송개그의 장점이 즉흥성과 순발력이라면 당시의 세트녹화방송은 그와 다른 희극적완성도가 있었다.
그러던 중 방송계에 변화의 조짐이 일기 시작하였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그 시작이 MBC였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코메디프로그램은 당연히 주말 저녁 골든타임에 방영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월요일 저녁에 방영되었는데 그 프로그램은 기존 방송과는 몇가지 다른 시도가 있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였던 것은 수많은 공채연기자들이 출연하는 대신 이휘재, 김한석, 최성훈 등 소수의 멤버들이 한시간 내내 겹치기 출연하면서 모든 코너를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소수의 '인기'개그맨으로도 쏠쏠한 성공의 가능성을 본 방송사는 이를 더욱 폭넓게 적응시키게 된다.
이제 굳이 개그맨이 아니더라도 시청자의 눈길을 끌 수 있는 트렌드메이커만 있으면 코메디프로그램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빅마우스 개그맨 한둘만 있으면 나머지는 가수나 배우 그 누구라도 상관없다. 대충 대여섯의 수다와 그들을 아무데나 풀어놓고 일상만 보여줘도 주말의 골든타임을 손쉽게 메꿀 수 있었다.
게다가 이런 방식은 인력, 조직, 관리, 비용 모든 차원의 효용에서 기존 공채희극인실을 능가할 수 있는데다가 출연 패널에 따라 홍보스폰서에 시청율까지 보장되니 일석이조 이상의 장점을 가질 수 있었다.
이로써 희극과 꽁트연재물의 시대는 끝이 났다.
희극의 시대를 대체할 모든 콘텐츠는 현해탄 너머에서 '참조'하기만 하면 된다.
연예인 몇 풀어서 자기들끼리 노는 모습 보여주면서 희희낙낙 자막만 대충 끼워주면 된다.
기존 희극꽁트는 대학가 개그쇼 방식으로 처리하면 된다. 지망생은 차고넘친다.
그래도 기존 희극연재물을 잊지 못하는 부류가 있다면.. 중견 탤런트에 개그맨 두어명, 아이돌 몇 끼워서 시트콤으로 돌리면 만사오케이다.
그래도 모자라면 개그맨끼리 팀을 만들어 돌리면서 컨셉개그를 보여주면 된다.
이러한 방송의 격변 속에서 기존 희극인은 설곳을 잃었다.
쇼프로MC, 패널출연, 라디오DJ, 6시내고향리포터, TV쇼진품명품, 인터넷방송, 식당주인.. 희극인들은 종전 후 패잔병처럼 뿔뿔히 흩어졌다. 그중 몇몇은 이전보다도 더욱 큰 사회적 성공을 맛보기도 하였지만 그건 극히 예외적인 소수였다.
IMF시절 생존을 위한 아니 효율을 위한 구조조정이 이루어졌고 이는 방송계도 마찬가지였다.
정규직은 줄어들고 계약직이 늘어나고 일반직의 수입은 하락하고 전문직은 상승했다.
MC누구는 회당 몇천을 받네 CF로 얼마를 버네 하지만 기존 희극인 대부분은 생사조차 모를 지경이다.
시대가 달라지고 세대가 달라지고 웃음의 코드가 달라지면서 대부분의 희극인은 도태되었다.
필자의 어린시절 기억 덕분에 그들이 희화되는 방식으로 미화된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들이 다시 희극에 컴백하여 김경식이 끽도를 하건 강호동과 이경애가 무거운 사랑을 연기한다고 해도 재미없다고 리모콘을 던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웃음의 코드와 트렌드는 누가 결정했나. 결코 본인은 거기 동참한 적이 없다.
방송사의 효율과 이해관계 그리고 얄팍한 즉물성의 시대정신이 일방적으로 끌고간 거지 신세대건 구세대건 동의한 적 없다.
공영방송이 무엇인가. 시청률과 비용절감 그리고 광고효과의 효용만 따지면 이는 이미 공영성이 없는 것이다. 공중파의 장기간 파업으로 인해 한가지 좋은게 하나 있다. 연예인 우루루 나와서 노는 꼴을 찍어 방영하는 관음증조장방송의 결방이다. 필자는 물론 이것들을 보지는 않지만, 방영당일 인터넷에 도배되는 상황까지 피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자본의 경박한 논리와 신자유주의 질서에 편입된 한국의 희극계, 천편일율적인 편집권을 행사하는 언론권력의 횡포.. 필자의 집필의도는 이런게 아니다.
10년 이상 지속되는 말장난패거리의 노닥질로 인해 희생되는 희극인의 기회가 상실되는게 아깝다는 것.
그리고, 머리를 거치지 않고 입가에서 맴돌다 툭툭 배설되는 농담이 아닌 오랜동안 고민되고 숙성된 웃음의 연기를 가끔은 보고 싶다는 것. 단지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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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다임의 변화라고 해야할까요?
유머1번지로 대표되는 단막작의 몸짓의 개그코드를 요점 젊은 세대들은 알지를 못하는 것처럼 패스트한 즉흥적 유머컨셉이 현재의 코미디계의 대세인 현 개그코드를 올드세대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저또한 마찬가지고요.
트위터 페이스북 미니홈피 카톡 등 에쎄네스의 범람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은데, 웃음과 즐거움을 유발하는 개그, 희극은 앞으로 이러한 짧고 스피드한 커뮤니케이션체계에서 어떠한 패러다임을 형성해나갈지 궁금해지네요. 그래도 희극의 기본은 세월이 가도 변하진 않겠죠.
잘 봤습니다